2009년 외고 개편안 따라
영어 위주로 학생 뽑은 결과…
외고, 여전히 우수 학생 몰리지만
학력 저하·학생수 감축 고민

수도권지역 외고 3곳과 자율고 3곳의 학력을 분석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가 '수리영역' 분야의 성적 변화였다. 외고는 학년이 낮을수록 수능의 수리영역 점수가 떨어진 반면 자율고는 수리영역 점수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예컨대 대원외고는 올해 졸업생 중 수능 수리영역 2등급 이내 든 학생은 92.9%였지만 고1 학생 중 2등급 이내는 전교생의 80%였다. 불과 3년 사이에 13%포인트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이에 비해 자율고인 휘문고는 수능 수리영역 2등급 이내 학생이 올 2월 졸업생은 27.6%에 그쳤지만 고1 학생들은 72.0%로 급증했다.

이는 2009년 12월 외고가 영어 내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입시를 개편한 정부 정책 방향 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부는 이전까지 영어 듣기나 구술 면접 위주로 진행된 외고 입시가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보고 영어 내신과 자기소개서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그 결과 바뀐 입시안으로 처음 뽑은 올해 1학년 학생들은 이과계통이 아닌 인문계 우수 학생들이 몰렸고, 따라서 수리영역 점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늘교육 대표는 "경기 안양외고의 경우 오히려 외국어 2등급 이내 드는 학생비율이 올 2월 졸업생(80.6%)보다 1학년(89.0%)이 더 높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왔다"며  "외고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최상위권 외고는 어학이나 인문계열 우수 학생들, 해외 유명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고들에게 올해 입학한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전체적인 학력이 낮다는 데 대한 고민은 남아 있다. 경기도의 한 외고 관계자는 "외고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면서 다소 인기가 없는 스페인어과·중국어과 등에는 중학교 전 과목 내신이 2등급인 학생들도 합격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의 학력차를 극복하기 위해 수업 수준을 낮추는 대신 부족한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시켜 모두 다 일류로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고가 학생들의 학력 저하보다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는 '학생 수 감축'이다. 정부는 2009년 발표한 외고 개편안에서 2015년까지 10개 학급, 학급당 학생 수를 평균 25명으로 줄이도록 했다. 당시 전국 30개 외고는 4~12개 학급,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6.9명이었다. 경기도의 한 외고 교장은 "현재 12개 학급, 학급당 34명까지 줄였는데 앞으로 25명까지 줄여야 한다면 재정적 타격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외고 관계자는 "자율고 등에 우수 학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우리 학교에 오면 최고의 교사로부터 최고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인재를 배출해낸 외고의 노하우를 믿고 따라주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